좋은 시

해가 떴다 / 오남희

운우(雲雨) 2018. 12. 13. 20:09

해가 떴다 / 오남희

 

 

엄마라는 둥지를 떠나 찾아온

여섯달 아기 이별이란

슬픔을 울음으로

여덟 시간을 보여주었다

 

 

잠이 없어 초롱초롱한 눈

불 끄고 잠자리에 뉘이면

어둠 속에서 혼자 뒤적뒤적 노는

외롭고 안쓰러운 일 년짜리 샛별아기

 

 

자장가로 들려준 뻐꾹새 노래

잠자리에서 같이 부르다가도 불현듯

해가 떴다 커텐을 들치며

안방으로 뛰는 다섯 살 아기

 

 

엄마 나 떨어졌어 전학 사흘만에

반장에 도전하여 떨어졌다고

시무룩해 돌아온 엉뚱한 일곱 살 어린이

 

 

어느 새 수능 앞둔 아름다운 청년

강인한 소나무처럼 자라길 기도하는

멀지 않은 대학생의 얼굴에

푸르른 꿈들이 샛별처럼 영글어 간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랭이 꽃 / 박인수  (0) 2018.12.17
엄마 바위 / 박덕규  (0) 2018.12.16
행복 / 유치환  (0) 2018.12.12
세월 / 박인수  (0) 2018.12.10
이상한 이름 / 박덕규  (0) 201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