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어머니 / 오남희

운우(雲雨) 2018. 11. 28. 21:32

어머니 / 오남희

 

 

알싸하게 낙엽타는

감미로운 내음에 시골 밤공기가 젖어든다

 

 

초저녁 평상에 놀러 온

정감어린 달빛과

소쩍새 소리

 

 

우리 자매들 손톱엔 정갈한

어머니의 정성이 함께 물들어 있었다

 

 

비바람 받아 내느라

거미줄에 땀방울 메우듯 삶의 십자가가

어깨위에 무겁게 걸머져 있다

 

 

할머니 오랜 노후의 치매

빨래줄엔 어머니의 고달픔이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다

인고의 여성으로 살아오신 어머니

 

 

내 며느리가 되어 고맙다며

환한 얼굴로 먼 길 떠나신 할머니

빈 조가비가 되어

썰물에 무너져 내린 눈물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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