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을 쳐다보며 / 노천명 (0) | 2018.08.07 |
---|---|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 배연일 (0) | 2018.08.05 |
행복 / 유치환 (0) | 2018.08.03 |
눈물 / 김현승 (0) | 2018.08.02 |
빗소리 / 주요한 (0) | 2018.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