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석류나무 유감

운우(雲雨) 2015. 10. 23. 08:57

석류나무 유감

                     봉필현

 

작년 봄에 빨간 꽃을 피운 석류꽃이 처음 본지라 신기하기도 하여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도 석류나무는 봄이 되며 어김없이 파릇하게 잎을 틔우고 그 잎이 크더니 꽃을 피운다.

7월이 오며 꽃은 지고 석류가 조그맣게 달리기 시작하더니 파랗지만 탐스럽게 커가고 있었다.

8월이 되며 석류는 가지마다 빨간 모습으로 익어가고 있는 모습이 예쁘게 보였다.

나는 빨갛게 익어 가고 있는 석류가 신기하여 석류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놓았다.

석류나무는 내가 지나다니는 길가 옆에 있어서 아침에 출근할 때나 퇴근을 할 때도 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몹시도 더웠던 8월의 어느 날 석류나무가 있는 길가 언덕을 오르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 있었던 석류나무가 없어졌던 것이다.

석류나무가 서 있던 곳으로 가보니 석류나무는 톱으로 베어지고 나뭇가지는 잘려져 흩어져 있었다.

왜?

누가?

많은 석류열매가 주렁주렁 있는 상태에서 잔인하게도 잘라 버렸을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상태에서 잘라 냈다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 새끼나 애를 밴 상태에서 죽인 것이나 무엇이 다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언덕을 오르내리며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를 매일 보는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이었는데 베여진 석류나무를 보며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누가 왜 석류나무를 베었을까?

시간이 흐르며 안 사실이지만 그 석류나무가 심어진 건물이 오래된 빌라라 헐고 다시 건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집을 헐게 되어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엔 석류나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베어지지 않은 향나무나 다른 나무들은 건재하고 있는데 유독 왜 석류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석류나무만이 베어진 것인지는 여전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물론 나무의 가치로 보았을 때는 석류나무 보다는 향나무의 가치가 더 있을 것이다.

향나무는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아서 좋아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푸른색을 띄어서 관상수로는 최고의 나무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석류나무처럼 열매를 맺어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평가하는 기준은 나무의 값어치로 보는 것 같다.

석류나무는 베어져 없어지고 향나무는 살았다는 것은 나무의 가치에서 향나무를 더 높게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해야 될 것은 향나무에는 석류나무처럼 탐스런 석류와 같은 과일을 맺게 하는 재주가 없어, 죽었다 깨어나도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세상 이치가 때가 되면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풍성하게 씨앗을 맺어 결실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그런 일이 없다면 인류는 존재가 없는 일회성으로 끝이나 멸망을 초래하고 말았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하잘 것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어느 것도 인간이 마음대로 생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말 못하는 나무지만 생명이 있는 것이니 잘라 내지 말고 그가 다시 살 수 있도록 다른 곳으로 옮겨져 심어졌어야만 옮았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요즈음 금숫가락, 흙숫가락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어떤 것으로 태어나든 금숫가락으로 태어나야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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