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작은 불빛의 교훈

운우(雲雨) 2011. 8. 22. 21:33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옥순봉 입구에 들어섰다.

좀 더 일찍 이곳으로 출발을 했어야 했는데 청풍문화단지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한 것이 원인이었다.

옥순봉 입구는 그동안 내린 비로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인하여 질척한

상태였다.

산을 향하여 오르니 길은 시멘트로 포장을 해놓아 걷기에는 산행 초보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처음엔 짧은 산행 코스라 하여 시작 했는데 가파른 산은 아니었음에도

정상은 손에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원래 산에서의 해는 평지 보다는 더 빨리 떨어지게 마련이다.

내가 먼저 부지런히 올라간 이유는 과연 뒤에 올라오는 일행이 어둡기

전에 올랐다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이 될 런지 알아볼 목적으로이었다.

내 생각대로 우거진 나무 그늘에 산은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나도 정상인 옥순봉에 도착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거기에 비가 내렸던 산은 땅이 질척하여 미끄러웠다.

해가 있기 전에 옥순봉이야 오르겠지만 내려갈 일이 더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전화를 해 등반을 중단해야 될 것 같다는 언질을 주었다.

그러나 대답은 거의 다 올라왔다는 대답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부지런히 먼저 정상에 올라 옥순봉을 찍고 그곳의 조망을

보고 있는데 일행들의 두런거리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모두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주위는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을 한다.

부랴부랴 내려가는데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산은 어둠에 묻히고 말았다.

일행 중 고암 선생과 장 선생은 먼저 선발대로 내려가고 산행을 힘들어

하는 아란 선생과 소향 선생이 문제가 되었다.

내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청운 선생이 아란 선생과 소향 선생을 그리고

뒤에서 청솔 선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뒤를 받쳐 주고 있었다.

처음엔 희미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으나 완전히 어둠이 덥힌 상태에서는

길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모두의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그러나 막막함 속에서도 일행을 지켜준 것은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을 켜니 길이 보였다.

그러자 일행 전원이 모두 휴대폰을 켰다.

큰 빛은 아니었지만 그 빛은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찬란한 빛이었다.

때론 진흙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때 그 빛이 없었다면

그 어떤 위험한 일이 발생을 했을지 아무도 모른다.

또 그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일행의 뭉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삐끗해 옆으로 넘어지면 천길낭떠러지인데 아찔했던 순간도 없잖아 있었지만

힘들어 하는 일행을 위하여 격려하고 넘어지지 않게 붙들어 주고 하며 어려운

난코스를 통과 할 수 있었던 것은 일행의 뭉쳐진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어려운 지대를 무사히 통과 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행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오면서 느꼈던 또 하나는 앞에서 거론한 휴대폰의 작은 불빛이었다.

만약 휴대폰의 불빛이 없었다면 과연 그때 우린 그 길을 어떻게 통과

했을 것인가?

또 더 험한 산에서 이런 일을 당했더라면 어떻게 대처했을 것인가?

생각하며 아찔했었다는 생각과 함께 작은 불빛 하나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하여 마음이 하나로 뭉쳐진다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렇게 뭉쳐진 마음으로 석탑은 순수문학의 횃불로 우뚝 서야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