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단상 / 장귀녀

운우(雲雨) 2021. 10. 1. 09:11

가을 단상 / 장귀녀

 

하얗게 흘러가는 조각구름

어디론가 홀딱 마음을 훔쳐 달아나고

 

물결치는 황금 들녘

노를 져 지평선을 내닫는다

 

그리움 따라 길어진 목 

코스모스 높푸른 하늘을 우러르고

 

빛 고운 단풍 한 잎 두 잎

시가 되어 발밑에 쌓인다.

 

농익은 가을볕은 

시각잔치 미각잔치 한창인데

 

풍요 속에 더듬는 가슴

가을이 되고픈 텅 빈 영혼

 

타는 목마름일랑 

어이할거나

 

이 계절 가면 어김 없이

삭풍에 시달릴 겨울

 

성큼 다가올 터인데

어디인가 어디쯤 서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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