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 오남희
-노숙인
종일 흥건한 숙취에 젖어
어둠이 오면 어둠을 등에 지고
찬바람이 불면 찬바람을 안고
밀려가는 삶 누가 뭐라랴
울적하면 허공에 대고 울분을
풀다가 지치면 자고, 가진 게 없어도
이 순간 술 한 잔이면 족하다
낡은 배낭에 생을 걸머지고
철새처럼 삶을 옮기는
질펀한 육신에 기대 춤추는 혼백
한때는 꿈꾸는 해오라기
먹이를 잡아 나르는 아비였으리
배밀이로 기어가는 아스팔트
길 위에서 잃어버린 인격 자존감
널부러져 피가 고인 조각난 생을
별을 향해 깁고 깁는 달팽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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