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짧은 꿈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4. 17. 09:46

짧은 꿈 / 오남희

 

 

찬란할 한 여름을 꿈꿨을

삼복에 찾아온 귀한 손님

칠층 베란다 창문에 발을 붙이고

제눈에 숲으로 보였나 가끔 머물다 간다

 

 

숲과 밤을 잃은 매미의

하얀 날개에서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하루를 순간처럼 살아도 못다 할

어둠속 긴 칠년 갈증을

한 방울 이슬로 적시는 생명

 

 

눅눅한 산천을 새벽 빛으로 채우고

빈손으로 떠나는 군단들

 

 

물보라가 부서지며 꾸며내는

바다의 낙조

하늘과 바다가 한 몸이 되어

수평선은 아름다운 꿈을 잉태하고 있다.

 

 

귀똘이가 밀어내는 가을소리

그들은 알고 있다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날개 찢긴 연주자들의 푸른 시름이

가을 햇살로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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