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팔월여행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3. 20. 19:13

팔월여행 / 오남희

 

 

아직 한낮은 여름인데

가을을 지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햇살이 몸살을 앓는다

 

 

정오의 땡볕으로

쓰르라미 날개에 묻은 끈끈한

눈물을 닦아주려 힘을 쏟다가

 

 

마음을 흔드는 가을바람에 그만

누군가 그리워지는

팔월의 태양

 

 

다정한 손길로 한 계절을

거느리며 짧은 생을 같이했던

여름의 나신들과

 

 

일 년이라는 우주 여행길에 오른

팔월은 어느 길목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음 해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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