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꽃잔치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3. 14. 11:33

꽃잔치 / 오남희

 

 

칼바람 추위를 뿌리에 보듬고

머리카락보다 가는 꽃줄기

겨자씨 같은 꽃망울들 밀어 올리며

지상으로 가는 길을 내고 있다

 

 

창 밖은 빙벽의 겨울

다섯 개의 꽃잎을 지니고

산고를 밀치고 피어난 쌀알만한 꽃송이들

 

 

실바람이 키운 인내와

빙점하 찬기운으로 이뤄낸 찬기운으로 경이로운 사랑에

햇살도 금빛 가슴으로 품어 앉는다

 

 

살랑대며 뿜어내는 꽃술들의

눈부신 날개짓과 춤사위

숨막히는 이 겨울의 작은 꽃 잔치 속엔

온 우주가 함께 하고 있었다

생명의 비밀을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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