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큰 바위 얼굴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2. 4. 17:40

큰 바위 얼굴 / 오남희

 

 

용문산 나들이 가는 능선마다

오색 문양에 거듭나는 채색의 낙엽들

바람에 깃을 세우고 노랗게 빨갛게

치장하는 마지막 삶이 눈부시다.

 

 

용문산 큰 바위 얼굴이 겸허하게

토해 내는 거대한 용트림이

후손의 가슴에 역사의 불을 지핀다.

 

 

가을이면

자궁 속을 비집고 떨어진

천년을 이어가는 황금 혈맥들

홀로 하늘소리 묵상하는 구도자가

나라의 슬픈 일을 몸으로 뿜어낼 때

하늘과 땅이 쩌렁쩌렁 울린다.

 

 

이기와 탐심으로 얼룩진

잃어가는 영혼들을 위해 묵언으로 기도하는

독야청청 불멸의 수호신

강토의 어둠을 샛별로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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