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얼굴 / 오남희
용문산 나들이 가는 능선마다
오색 문양에 거듭나는 채색의 낙엽들
바람에 깃을 세우고 노랗게 빨갛게
치장하는 마지막 삶이 눈부시다.
용문산 큰 바위 얼굴이 겸허하게
토해 내는 거대한 용트림이
후손의 가슴에 역사의 불을 지핀다.
가을이면
자궁 속을 비집고 떨어진
천년을 이어가는 황금 혈맥들
홀로 하늘소리 묵상하는 구도자가
나라의 슬픈 일을 몸으로 뿜어낼 때
하늘과 땅이 쩌렁쩌렁 울린다.
이기와 탐심으로 얼룩진
잃어가는 영혼들을 위해 묵언으로 기도하는
독야청청 불멸의 수호신
강토의 어둠을 샛별로 밀어내고 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동 출동 / 박인수 (0) | 2019.02.06 |
---|---|
누구야 / 박덕규 (0) | 2019.02.05 |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0) | 2019.02.03 |
인생 5 (0) | 2019.02.02 |
봄맛 / 박덕규 (0) | 2019.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