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거미가시 / 오남희

운우(雲雨) 2018. 11. 5. 20:16

거미가시 / 오남희

 

 

어쩌다가 군 입대를 놓치고

인생도 꿈도 저당잡혀

햇볕도 들지 않은 그늘 속에서

육이오의 실향민처럼

절망을 등에 지고 살아온

선생님이던 그 사람은

조그만한 소리에도 가슴이

쥐며느리처럼 오므라들었다

미래도 사랑도 어둔 속

거미가시에 소진돼

잠자리 날개로 파닥이는 생

눈물과 정과 그리움은

울며 동토의 바람이 되어 떠났다

아름다운 빛 속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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