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신록 / 서정주

운우(雲雨) 2018. 8. 12. 19:10

신록 / 서정주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로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0) 2018.08.15
생명 / 김남조  (0) 2018.08.14
4월의 노래 / 박목월  (0) 2018.08.11
진달래꽃 / 김소월  (0) 2018.08.10
초혼(招魂)  (0) 201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