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고부간의 인연

운우(雲雨) 2014. 11. 27. 18:50

따뜻한 메일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오늘 편지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당신과 무슨 인연이었길래
지금의 고부간의 인연으로 만났는지요
혼자 산 날보다 함께 산 날이 많은걸 보면,
참 많은 세월 당신과 함께 했나 봅니다.

전 아직도 갓 시집 왔을 때,
서슬 퍼렇고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기세 등등했던 당신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
90세가 되시던 작년부터 쇠해지며,
그 기세 등등함은 어디 가고 정신 줄까지 놓으려 하시는
당신 모습을 보며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어머니!
그 시절 제가 아무리 어려웠다 한들
스스로 몸도 못 가누며 힘들어 하시는
당신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하겠습니까
호령하시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곁에서 힘든 당신을 지켜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어제 휴가 다녀간 손주가 할머니 기운 없어 보인다며
펑펑 눈물 쏟고 갔다고 했습니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 하셨지만,
당신 눈가를 촉촉히 적신 눈물을 봤습니다.

약해진 몸과 마음을 스스로가 느끼며
속으로 얼마나 우셨을지
이젠 말씀 안 해주셔도 알 것 같습니다.

우리 막내 며느리가 최고라는 말씀도 저에겐 안 하셨지만,
사람들만 오면 입이 닳도록 자랑하신 거,
전 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부디 사시는 그날까지 아프지 마소서,
고생하지도 마소서,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주무시듯 평안히 가소서

당신의 작아진 모습 안쓰럽기 그지 없지만,
남은 시간 작은 호령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제 곁을 떠나는 그 날까지 기쁜 마음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께 한 번도 하지 못한 말
올리고 마치겠습니다.

어머님! 그런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 막내 며느리 올림 / 안정순 -


마음을 전하기에 많이 늦은 것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전하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준 참 고마운 분입니다.


# 오늘의 명언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
- 아이리스 머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