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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자 현아야

운우(雲雨) 2014. 11. 25. 14:41

오늘 편지는 얼마 전 따뜻한 하루에 나간
'엄마 울지마, 아파서 미안해...' 사연입니다.

사연은 저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소개된 후
4,000여명의 가족님들께서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글을 다시 읽어보시고
현아를 위한 특별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아 엄마입니다.
현아는 2010년 5월에 태어난 여자아입니다.
지금부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예쁜 딸,
현아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임신기간 동안 전, 누구보다 건강했습니다.
거기에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뭐 하나 조심하지 않는 것이 없어
건강할 아이를 출산할 것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아를 낳은 직후,
제 믿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간호사에게 아이 얼굴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보여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에 남편에게 다시 물으니
검사할게 좀 있어 큰 병원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이 얼굴은 다녀온 후에 보자고 했습니다.
남편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 했지만,
제 마음엔 이미 불안감이 엄습해 와 있었습니다.

'왜 보여주지도 않는 걸까?'
'어디가 많이 안 좋은 걸까?'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 아이 아빠가 왔습니다.
아이 상태에 대해서 말은 안하고
몇 가지 검사가 더 남아있어 입원시켰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말 별 일 아니라는 남편의 말을 몇 번이나
더 듣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병원에 간 현아는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참다못해 남편에게 다그쳐 물으니
그제야 남편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땠습니다.

"현아가 많이 아픈 가봐.
무릎 밑으로 피부가 다 벗겨진 상태로 태어났어."

그래서 현아는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출산 후 4일째, 퇴원하자마자 현아에게 갔습니다.
처음 만난 내 딸,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딸의 모습을 상상하고 찾아갔지만,
처음 마주한 현아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아의 온 몸 구석구석 피부가 벗겨져 있었고,
혼자 팔다리를 움직이다
피부가 닿으면 아파했습니다.
그렇게 아픔의 고통에 울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현아의 모습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안아 주고픈 용기마저 없었습니다.
그저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현아의 피부상태에 대해
처음에는 피부가 벗겨진 다리 쪽만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아는 시간이 갈수록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벗겨지기 시작해 심지어
입안까지 모두 헐어 젖병조차 입에 대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만 갔습니다.

검사결과 현아의 병이
'열성형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 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폐렴에 폐혈증까지 심지어 심장까지
멈춰버리는 상황까지 간 것입니다.
의료진의 심폐소생술로 겨우 고비를 넘긴
현아는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상황이 많이 안 좋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와 남편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위급한 고비도 간신히 넘겨가며
조금씩 회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얼마간의 치료를 마치고,
현아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부터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은
50일이 지나고, 또 100일이 지나
어느새 현아는 만 4살이 됐습니다.
현아의 몸 상태는 4년 전보다
나아지거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달라진 점을 하나 꼽자면,
아기 때는 매일같이 목욕을 하고 드레싱을 해줘야 했지만,
지금은 2~3일에 한 번으로 줄었다는 점, 그 점 하나입니다.




지금 현아의 상태는 눈에 보이는 피부뿐만 아니라
눈, 식도, 장기까지 이상이 있고,
앞니 쪽은 전체가 다 녹아 내렸고,
다른 치아도 작은 충격에도
부서질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여전히 몸 전체에 물집이 생기고,
조금만 스쳐도 피부는 벗겨지고,
발가락은 융합되어 걷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성장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2살 때 한 차례 발가락 수술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왼쪽 손가락 두 개까지 염증이 낫지 않고
병의 특징으로 붙은 상태여서
올 8월에 융합된 손가락 분리 수술을 했습니다.

손톱, 발톱은 빠진 지 오래입니다.
식도도 수포 등으로 인한 상처로 조금씩 좁아지는 상태라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밥알 하나 제대로 못 넘기고,
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건강한 아이들과 비교할 순 없지만,
모든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지 못하니 5살인 지금,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작고 성장도 느린 편입니다.

눈에 보이는 피부뿐만 아니라,
이렇듯 눈도, 몸속의 식도까지 수포가 잡히니
장기도 정상적이지 못해
심장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릅니다.

그래서 심장 박동 수 늦춰주는 약까지
처방 받아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현아가 두 살이 되고, 세 살이 되면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생기고,
치료제도 나올 것이란 희망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여기서
심해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현아에게 볼 수 있는
기쁨마저 잃지 않도록 눈만은 악화되지 않고,
좋아질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현아를 낳고 처음에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랬지만,
요즘은 처음 현아가 입원했을 당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치료가 능숙한 엄마, 아빠에게서
조금 더 능숙하게 치료를 받아
고통스러웠을 시간을 줄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현아와 외출을 하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곧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곤 수군거립니다.

아토피인가보다. 넘어졌나보다. 화상인가보다.
엄마가 잘 못 봐서 저리 됐나 보다. 불쌍하다.
대놓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저지경인데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냐고요.
악의 없이, 생각 없이 하는 말들에
현아와 우리 가족은 큰 상처를 받습니다.

아니 저희는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그러나 커가면서 현아가 받게 될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겁이 나고 마음이 아픕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현아 치료시간은 기본 한 시간입니다.
목욕하는 날은 4시간가까이 걸리는데
상처들이 물에 닿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현아는 처음부터 고통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단 하루도 안 아픈 날이 없었고,
어른들도 버텨내기 힘든 극심한 고통을
정말 대견스럽게도
누구보다 씩씩하게 잘 이기며 커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현아를 위한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치료 잘 해주고,
더 악화되지 않게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현아의 치료법에 조금 더 다가가,
우리 가족에게도 웃을 수 있는 일이
찾아 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하루 가족님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현아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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