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해질녘 고향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3. 8. 07:55

해질녘 고향 / 오남희

 

 

땅거미 찾아오는 해질녘

여기저기 타오르는 모닥불

뿌연 연기에 마을은 하나로 엉킨다

 

 

마당을 가득 점령한 잡초들을

뽑아 태우노라면

매콤한 고향 냄새가

옛 구석진 유기농 거름처럼 구수하다

 

 

평상에 누워서 바라본 별들로

가득 차 있는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 속으로 쏟아질 것처럼 찬란하다

 

 

그이가 지피는 마른 풀잎들이

닥불로 토닥대는 소리

형제들과 굴던 그 때가 어제와 같은데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뻐꾹새 울음 유년의 고향 음계로 들려

오소소하게 가슴을 저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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