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달력 / 오남희

운우(雲雨) 2018. 8. 27. 22:33

달력 / 오남희

 

 

열두 가정의 종착지 하얀 목선은

삼십여 가족들을 거느린

다사다난한 마을

동행하고 싶지 않아도 묶인

가시나무 닻줄엔

세상 바다를 건너야 하는 험난한

이 땅의 비극이 눈물처럼 매달려 있다

밤이면 화려한 별을 쫓아

동아줄을 올리고

날이 밝으면 이랑에 안개 같은

별똥별의 무대

돌아보면 가을 들풀 닮은

모래성을 쌓고 허무는 피에로가

일 년을 하루같이

생의 미로를 동반하는 그림자다

해일 지진 된더위 피비린내의 전쟁

발아래에서 칼춤을 추는

이 연단의 끝은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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