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 오남희
열두 가정의 종착지 하얀 목선은
삼십여 가족들을 거느린
다사다난한 마을
동행하고 싶지 않아도 묶인
가시나무 닻줄엔
세상 바다를 건너야 하는 험난한
이 땅의 비극이 눈물처럼 매달려 있다
밤이면 화려한 별을 쫓아
동아줄을 올리고
날이 밝으면 이랑에 안개 같은
별똥별의 무대
돌아보면 가을 들풀 닮은
모래성을 쌓고 허무는 피에로가
일 년을 하루같이
생의 미로를 동반하는 그림자다
해일 지진 된더위 피비린내의 전쟁
발아래에서 칼춤을 추는
이 연단의 끝은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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