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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별거 없더라.

운우(雲雨) 2011. 11. 29. 21:15

살아보니 벌 거 없더라

웃으니 울 일이 생기고

잘 나가니 바닥으로 내려가더라

 

건강이 병들기도 하고

사랑이 미움으로 돌아서고

눈을 뜨면 눈을 감는 자도 있더라

 

자랑이 수치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되기도 하고

잘나면 못난 자가 있으며

욕심은 죄업이라

만고에 탐욕 만한 고통도 없더라

 

비운다 비운다 나이 들어 결심해도

비움이 어디 쉬운 일이냐만

인생은 양면의 얼굴로

오르락 내리락하더라

 

살아보니 벌 거 없더라

무덤자리 출렁이는 신작로에

흘러 온 인생이 공수표로 뒹굴고

촛농처럼 굳은 넋에

상처만 무수한 별들이 떴다가 지는데

무성한 생의 바람 앞에 머쓱하고

부끄러움만 가득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