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소리 / 오남희 제야의 종소리 / 오남희 겨울바람이 따스할 리 없다 강물처럼 흘러간 젊음 위에 실크로드로 새겨진 생의 오솔길 오차 없는 신의 음성이 전신으로 날아드는 십이월 시간과 함께 돛단배에 오른 그리움으로 돌아가는 꽃길 그 언저리 뒤늦게 누리게 된 학창생활 그리고 꿈을 씨줄날줄로 엮은.. 좋은 시 2020.02.23
작은 연가 / 박정만 작은 연가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가 천리 밖까지 나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 좋은 시 2020.02.20
엄마 냄새 / 화운 임승진 엄마 냄새 / 화운 임승진 깨끗히 빨아 거듭 헹구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향기 코끝을 적시는 달콤한 냄새는 가슴 속을 흐른다 눈시울로 굽이치는 눈물이 된다 학창 시절 주말 깊은 산골 고향집에 내려가 따끈한 밥을 먹고 오는 날이면 자취방 빈 냄비 속에 알큰한 냄새가 보글보글 끓어 오.. 좋은 시 2020.02.18
문학 탐방 / 박인수 문학 탐방 / 박인수 하루를 등지고 문학 탐방 로망에 빛바랜 추억 쌓기 바쁘다 오랜 해풍에 견디어온 홍련암 대형 화마 피해 한바탕 춤사위 벌인다 바쁜 걸음 해 그림자 엉덩이 내려놓는 순간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시심 잡기 바쁘다. 좋은 시 2020.02.17
당신은 누구시온지 / 오남희 당신은 누구시온지 / 오남희 머리에는 가시나무 피로 범벅이 된 옆구리 뼈 마디마디 박힌 슬픈 못자국 내 허물로 찔리고 내 죄악으로 상하신 주님 검은 채찍에 섬광으로 빛난 당신의 사랑을 영혼으로 안습니다 병든 세상 치유를 위해 온몸을 던지신 *퀴리에, 말씀에 순종하라 부활의 성전.. 좋은 시 2020.02.16
강가에서 / 고정희 강가에서 /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 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좋은 시 2020.02.14
모녀의 바다 / 화운 임승진 모녀의 바다 / 화운 임승진 바다에 가서 딸은 일출을 보고 엄마는 일몰을 보았다 딸은 솟아나는 광채에 마음이 부시다 하고 엄마는 노을이 슬퍼 눈물이 난다 했다 아침 빛이 떠올라서 금빛 여울로 사라져가는 동안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눈부시기도 한 바다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지.. 좋은 시 2020.02.13
주왕산 / 박인수 주왕산 / 박인수 남한강교 아래 물안개 피우고 섬강 하얀 새벽 무서리 내리며 단양팔경 뱃머리 고개 내밀 때 청송 사과밭 향기 춤춘다 대전사 국화향 뒤편 기암 길은 꾸역꾸역 산속으로 가을 속삭임에 땀 한번 훔치고 전망대 좌측 장군봉 한걸음에 우측 연화봉 휘감아 돌면 병풍바위 너울.. 좋은 시 20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