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땐 그랬지 / 화운 임승진

운우(雲雨) 2020. 4. 25. 12:45

그땐 그랬지 / 화운 임승진

 

 

검정 고무신 신고

맹꽁이 우는 논둑길로 학교엘 갔지

 

 

여름이면

송사리 잡느라 개울물에 빠지고

장마로 불어난 황토 물살에

새로 산 꽃신 떠내려 보내

야단 맞을까 두려워

저물도록 집에 들어가질 못했지

 

 

밤이면

앞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반딧불보다 더 많은 별을 헤아렸네

도시의 하늘에선 그 별이 보이질 않네

 

 

고추잠자리 가을하늘 덮을 때

허수아비 늘어진 어깨 춤추고

우물가 감나무에 홍시 대롱거리면

긴 장대로 높은 하늘만 찔러댔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얘기에

눈 내리는 겨울밤은 짧기만 하고

화롯불에 밤고구마 구워 먹던 시절

 

 

모든 게 부족하고 촌스러워도

그땐 사람 사는 맛이 있었지

말 못하고 있어도

알아서 살펴주는 인정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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