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조연배우 / 오남희

운우(雲雨) 2020. 4. 5. 06:47

조연배우 / 오남희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아도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밤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여러 삶을 가꾸는 꿈

잠든 내 영혼을 찾아와

때로는 단아한 목련꽃같이

때로는 가시 달린 엉겅퀴같이

생생하게 나를 옭아매기도 하고

달큼한 환상에 젖게도 한다

 

 

어떤 때는 화려한 신데렐라이다가

때론 무서운 마귀에 쫓기다가

가파른 길을 오르기도 하는 나는

이름 없는 조연배우

영혼이 낯선 불가사의에 잡혀

원하지 않는 배역, 줄거리 없는

연기로 뒤척이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배우에서 이상의 나로 돌아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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