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족 / 화운 임승진

운우(雲雨) 2020. 4. 2. 11:54

가족 / 화운 임승진

 

 

어버이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

소슬한 밤마다 반짝이는 별

시린 손발 감싸주는 울타리 되어

온기론 전해질 때마다 눈물로 흐른다

 

 

하나가 멀리 떠나도

파고드는 그리움에 잠 못 들고

하나가 아파도

다른 몸뚱이네 푸른 멍이 든다

 

 

한 꼬투리에 담겨 있다가

그 꼭지 떨어지면

뿔뿔히 흩어져 죽기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울먹이는 낱알들

건너가지 못하는 강이 있어도

매일 쪽배 띄우며 안부를 묻는다

 

 

애튿하게 한입 넣어주는

밥숟갈 하나로 배가 부르고

보면 볼수록 좋으면서

못견디게 측은한 제 살붙이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잎으로 붙어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

사랑이란 이름으로

심장 깊이 뿌리내리는 붉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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