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우이천 / 오남희

운우(雲雨) 2020. 3. 6. 09:51

우이천 / 오남희

 

 

소진되어 가는 해가

가만히 가슴에 안긴다

노을이 붉게 번져가는

개천을 가만가만 걸어 본다

 

 

개천가의 작은 풀꽃들

이 밤 이슬에 함초름히 눕고

하늘의 별빛들이 찬란히 이 밤을 노래한다

 

 

백로 왜가리 송사리 떼도

하루 종일 물속을 첨벙이다가

휴식에 들어갔다

 

 

강을 두려움 없이

잠식해 가는 여뀌의 무성한

푸른 몸짓들도 어둠에 잠겨 내일을 꿈꾼다

 

 

맑고 고요한 우이천의 분주한

하루가 저물면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이 개천가는 고요히 꿈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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