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세미원 늪속의 기도 / 오남희

운우(雲雨) 2020. 2. 28. 06:30

세미원 늪속의 기도 / 오남희

   -연꽃_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보라 분홍 하얀 뿌리내려

어두운 세상을 다져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엄마의 자궁, 연못

 

 

태어날 때부터 늪 속이 본향이라고

좋은 세상 탐하지 않아

저마다 겸손하게 자태를

빛내며 우아하게 밝은 세상을 만든다

 

 

맑은 영혼을 가진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바람과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냈을까

 

 

가을의 화려한 빛갈로

산천이 들썩일 때도

흐린 물결 정화시키며 조용히

그리고 순결하게

자신을 사르는 엄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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