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엄마 냄새 / 화운 임승진

운우(雲雨) 2020. 2. 18. 20:27

엄마 냄새 / 화운 임승진

 

 

깨끗히 빨아 거듭 헹구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향기

코끝을 적시는 달콤한 냄새는

가슴 속을 흐른다

눈시울로 굽이치는 눈물이 된다

 

 

학창 시절 주말

깊은 산골 고향집에 내려가

따끈한 밥을 먹고 오는 날이면

자취방 빈 냄비 속에

알큰한 냄새가 보글보글 끓어 오른다

 

 

행여 식사가 부실할까

가지가지 밑반찬을 머리에 이고

신작로까지 바래다주던 20리 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는

훍먼지 속에 멀어지는 뒷모습처럼 애닯다

 

 

담장 밑에 핀 봉숭아 같기도 하고

따스한 화롯불 같기도 하고

장날마다 사주시던 캐러멜 같이

잊히지 않는 기억

그리울 때마다 샘솟는 우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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