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엄마의 달 / 화운 임승진

운우(雲雨) 2020. 2. 1. 18:16

엄마의 달 / 화운 임승진

 

 

어렸을 때 앞산 위에 솟은

보름달은 겨우 엄지손톱만 했다

엄마 키만큼 자란 후에 떠오른 달은

국그릇보다 크지 않았고

아이 엄마가 되어서

한쪽 눈을 찡그린 채 바라보아도

바가지보다 더 크게 보이지는 않았다

늙으신 엄마는 기울어진 달을 보고도

외갓집 마당만 하다 하시는데

아무리 고개 아프게 올려다보아도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 같은 붉은 달

엄마 나이만큼 살아서

삭정이 말라 비틀어지듯 가벼워지면

옹기종기 둘러앉은 맷방석만한 달이 보일까

나날이 희어지는 머리칵락 따라서

마음자리 환하게 넓어지면

온 세상 끌어안을 여유가 그때엔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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