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운우(雲雨) 2020. 1. 27. 20:57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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