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분서갱유 / 오남희

운우(雲雨) 2020. 1. 2. 19:04

분서갱유 / 오남희

 

 

책을 불태우고 산채로 학자들을 묻은

낙뢰보다 무서운 진시황

용암보다 뻘건 마에 불길이 흐른다

 

 

산천은 의구한데

사후 십오 년 선홍색 불길로

타오른던 붉은 독선이 재로 스러지는 허무

 

 

피땀에 저린 서민의 고통으로

화려한 죽음의 천년요새를 쌓게 했던

지칠 줄 모르는 붉은 꿈을 그 나라에서 꽃 피웠을까

 

 

노랗게 지친 핏기 없는 지하

죽음을 잊은 표정 없는 수많은 병사들이

시궁창 천년 진시황의 탐욕을 게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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