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이별의 제전도 없이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11. 30. 20:24

이별의 제전도 없이 / 오남희

 

 

햇살과 바람으로 어우러진

긴 여정 속에 함께한 정원과 감나무

풀빛 어우러진 정든 별자리 뒤에 두고

 

 

뒤뚱거리던 아기들 발자국이

아비가 되어 만리장성을 쌓던 꽃피었던 집

이제 이별의 강을 건넌다

 

 

방울방울로 얼룩진

손때 묻은 세간들과의 이별에 먼지와

낡은 집기들 치맛자락에 매달린다

 

 

제집처럼 날아와 온 식구 불러대

홍시감을 쪼면서 수다 떨던

까치 떼들도 긴 침묵에 잠겼다

 

 

이별의 제전도 없이 떠나온 정든 집

우리 드디어 너를 떠난다

이제 새로 태어날 너를 다시 만나리.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비 / 화운 임승진  (0) 2019.12.03
노천탕 / 박인수  (0) 2019.12.01
호미 / 박덕규   (0) 2019.11.29
휘파람을 불어다오 / 유안진  (0) 2019.11.28
술(酒) / 화운 임승진  (0)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