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제전도 없이 /오남희
햇살과 바람으로 어우러진
긴 여정 속에 함께 한 정원과 감나무
풀빛 어우러진 정든 별자리 뒤에 두고
뒤뚱거리던 아기들 발자국이
아비가 되어 만리성을 쌓던 꽃피었던 집
이제 이별의 강을 건넌다
방울방울로 얼룩진
손때 묻은 세간들과의 이별에 먼지와
낡은 집기들 치맛자락에 매달린다
제집처럼 날아와 온 식구 불러대
홍시감을 쪼면서 수다 떨던
까치 떼들도 긴 침묵에 잠겼다
이별의 제전도 없이 떠나온 정든 집
우리 드디어 너를 떠난다
이제 새로 태어날 너를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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