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팅 집에서 / 오남희
잔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생명들이 죽음이 뭔지도 몰랐을
뚝배기 안에서 육신을 제 지낸다
두려움에 맞이한 세상 끝
정지된 삶 속에 채워 넣은
허기진 배에 영양진 쌀과 밤 대추
마음놓고 기지개 한번 켤 수 없었던
옹색한 닭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삶들아
이제 혼의 자유를 누리라
혼이 있다면 병아리들아
사바나의 푸른 초원을 맘껏 날아 보아라
땀에 배어나온 번들거린
이마에서 생들의 아린 울음이
뺨 위로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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