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삼계팅 집에서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11. 19. 08:00

삼계팅 집에서 / 오남희

 

잔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생명들이 죽음이 뭔지도 몰랐을

뚝배기 안에서 육신을 제 지낸다

 

 

두려움에 맞이한 세상 끝

정지된 삶 속에 채워 넣은

허기진 배에 영양진 쌀과 밤 대추

 

 

마음놓고 기지개 한번 켤 수 없었던

옹색한 닭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삶들아

이제 혼의 자유를 누리라

혼이 있다면 병아리들아

사바나의 푸른 초원을 맘껏 날아 보아라

 

 

땀에 배어나온 번들거린

이마에서 생들의 아린 울음이

뺨 위로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 화운 임승진  (0) 2019.11.21
세월 (2)  (0) 2019.11.20
어부 할아버지 / 박덕규  (0) 2019.11.18
가을노래 / 이해인  (0) 2019.11.17
하늘길 / 화운 임승진  (0) 20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