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시오가피 / 박인수

운우(雲雨) 2019. 9. 28. 12:17

가시오가피 / 박인수

 

 

물기 오른 양분 받아

봄 햇살 정기

가슴 속 잉태하며

가지 뻗어 키우는

내 몸에

 

 

풀씨 하나

친구 되어 껴안고

내 몸 휘감아

고통 주던 너

한겨울 햇살에

누런 실타레 되어

 

 

이제

게으른 주인 덕에

나는 화초 가위에

절단되고

너는 건초더미 위에  

화형식을 맞는구나

 

 

잘게 썰린 나의 분신

그늘 돗자리에

수분 빼고 잠들기

몇 날 며칠

큰솥에 물과 친구되어

뜨거움에 위로 솟구치다

나의 온몸

엑기스 되어

재탄생한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 이성희  (0) 2019.10.01
고향으로 가면 / 화운 임승진  (0) 2019.09.30
수연산방 / 오남희  (0) 2019.09.27
제주도 기행 4 / 박덕규  (0) 2019.09.26
목게장터 / 신경림  (0) 201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