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살다 보니 별일 다 있다

운우(雲雨) 2018. 10. 21. 20:19

살다보니 별일 다있다

 

 

며칠 전이다.

소설가협회 행사가 있어 전철을 타고 가는

길이었다.

전철에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중 지인으로

부터 메세지가 와서 급히 답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누가 뒷통수를 세게 때리며 하는 말이

기가 막혔다.

"야, 씨발놈아, 어린새끼가 왜 길을 막고 지

랄이야?"

얼떨결에 뒷통수를 맞고 돌아다 보니 사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를 노려보며 또

다시 멱살을 잡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곧 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삽십대 후반 정도의 아이가

나를 보고 어린새끼라고 하는 것도 기가 막혔

지만 어떻게 보면 자식 같은 어린 아이가 나에

게 어린새끼라고 하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이었

다.

화가 나 한대 쥐어 박을까도 생각을했지만 가

만히 살펴보니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꾹 참고 있으려니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청원경찰과 전철 직원이 달려 왔

다.

처음엔 뒷통수를 얻어 맞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잘

참았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나 내가 참지 않았다면 행사에도 참석치 못했

을 것이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때렸다면

어떤 일이 발생 했을지 짐작이 간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 했으니 나는 아마 그날 나

쁜 일이 있을 것이었는데, 액땜을 미리 한 것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The power of one"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여러 사

람의 힘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의 힘이라고 한다.

그날 내가 감정대로 행동했다면 전철 안은 수라장

이 되었을 것이고 나 또한 한소협 행사에 참여치 못

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가 망신은 당했지만 참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

면서 느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상 살다보니 별일도 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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