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별일 다있다
며칠 전이다.
소설가협회 행사가 있어 전철을 타고 가는
길이었다.
전철에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중 지인으로
부터 메세지가 와서 급히 답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누가 뒷통수를 세게 때리며 하는 말이
기가 막혔다.
"야, 씨발놈아, 어린새끼가 왜 길을 막고 지
랄이야?"
얼떨결에 뒷통수를 맞고 돌아다 보니 사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를 노려보며 또
다시 멱살을 잡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곧 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삽십대 후반 정도의 아이가
나를 보고 어린새끼라고 하는 것도 기가 막혔
지만 어떻게 보면 자식 같은 어린 아이가 나에
게 어린새끼라고 하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이었
다.
화가 나 한대 쥐어 박을까도 생각을했지만 가
만히 살펴보니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꾹 참고 있으려니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청원경찰과 전철 직원이 달려 왔
다.
처음엔 뒷통수를 얻어 맞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잘
참았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나 내가 참지 않았다면 행사에도 참석치 못했
을 것이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때렸다면
어떤 일이 발생 했을지 짐작이 간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 했으니 나는 아마 그날 나
쁜 일이 있을 것이었는데, 액땜을 미리 한 것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The power of one"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여러 사
람의 힘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의 힘이라고 한다.
그날 내가 감정대로 행동했다면 전철 안은 수라장
이 되었을 것이고 나 또한 한소협 행사에 참여치 못
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가 망신은 당했지만 참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
면서 느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상 살다보니 별일도 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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